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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 어느 공휴일 오후, 김변호사는 새로운 과학 ‘양자역학’을 알고자 〈알기 쉬운 양자역학〉이란 물리학 서적을 읽어보기로 했다. 골치아픈 소송을 맡은 김변호사는 머리도 식힐 겸 실사회와는 동떨어진 생각을 많이 하는 과학자들이 그렇게 오묘하다고 하는 ‘양자역학’이란 자연관이 어떤 것인지 알아보면 혹 자기가 맡은 소송사건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알기 쉬운 양자역학〉을 읽어보기로 마음먹은 것이었다.

책을 들고 처음에는 흥미롭게 읽다가 ‘여기’와 ‘저기’에 동시에 있을 수 있고, 여기에 몇 % 저기에 몇 % 있을 수 있는 확률이 파동함수라는 어려운 방정식의 해답으로 주어진다는 대목에 이르렀을 때 복잡한 수식이 이해도 되지 않으려니와 논리적으로도 말이 되지 않는 것 같아서 골치만 아프고 지루해지면서 어느새 깊은 낮잠에 빠져들어 갔다.

김변호사는 자기 자신이 감옥에 들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무런 잘못을 저지른 일도 없는 자신이 감방에 갇혀있다는 것이 너무나 화가 나서 큰소리로 간수를 불렀다. 억울하게 감방살이를 하는 자기 자신이 이해도 되지 않고 화도 나서 담당검사를 만나면 한바탕 따지고 행정착오를 범한 검찰청도 혼을 내주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아무리 외쳐도 대답이 없어 점점 화가 치밀어오른 김변호사는 두꺼운 콘크리트 벽에 몸을 부딪쳐보고 튕겨나오면 또 부딪치는 행동을 되풀이했다. 얼마 동안이나 그랬는지 또 어떻게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 자기 자신이 감방이 아니라 검찰청 검사실에 앉아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리둥절해진 김변호사였지만 감방에 갇혀있던 기억이 되살아나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라 이 검사에게 검찰이 무슨 이유로 어떤 근거에서 자신을 체포하고 감방에 가두었느냐고 거세게 항의했다. 평소 잘 알고 있던 이 검사는 이상한 표정을 지으면서 “당신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요? 나와 같이 여기서 줄곧 법리논쟁을 하면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는데 감방이라니,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요? 우리는 11시부터 12시까지 줄곧 이곳에서 같이 있지 않았소?” 그러나 자기가 감방에 있을 때 벽에 몸을 부딪치면서 언뜻 본 시계가 11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음을 기억하는 김변호사는 어의가 없다는 표정으로 “이 검사, 나는 분명히 11시 20분에는 감방에 있었는데 당신과 있었다니 도대체 말도 안되오. 나를 정신병자로 만들 작정이요?”

벨을 누르니 미스 박이 들어오면서 웃는 얼굴로 “김변호사님, 오늘은 11시부터 지금까지 거의 한 시간을 계시니 우리 검사님하고 무엇인가 중요한 일을 논의하시는 모양이죠?”, “검사님, 왜 부르셨지요?”라고 말하는 순간 김변호사는 너무 어이가 없고 아찔해지면서 잠을 깨고 보니 〈알기 쉬운 양자역학〉이란 책으로 얼굴을 가리고 깊은 잠이 들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김변호사가 꿈에서 본 상황은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우리의 법원이나 감방이 아니라 극미의 세계인 원자핵과 전자 그리고 소립자의 세계에서 항상 일어나고 있다. 방사선이 그 한 예이다. α입자 같은 핵자는 원자핵이란 감방속에 갇혀있지만 항상 그 속에서 움직이며 원자핵의 벽에 부딪치고 있다. 화난 김변호사가 감방의 벽에 몸을 부딪치던 것과 같은 행동을 한다. 실제로 김변호사의 경우 감방 벽에 10번, 즉 1000조의 1000조의 1000조의 1000조 번 부딪치면 한번은 벽의 저쪽에 나타날 수 있다. 확률이 1/10인 것이다.


두꺼운 벽을 뚫지도, 지나지도 않고 홀연히 유령처럼 나타나는 현상을 터널링(tunnelling)이라고 하며 미시의 세계에서는 흔히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우리 눈에 보이는 거시의 세계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는 확률이 김변호사의 경우처럼 10번 시도하면 한번 정도 가능한데, 10번 벽에 부딪쳐보는 것은 도저히 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미시의 세계인 원자핵의 세상은 이와 사정이 판이하게 다르다. 원자핵의 벽은 감방과 비교하면 훨씬 얇다. 따라서 터널링이 일어날 확률이 특수한 원자핵에서는 10에서 10정도로 크게 될 수 있다. 이런 원자핵은 반감기가 짧은 방사성동위원소의 경우가 되겠다.

원자핵의 크기는 그 반경이 10㎝ 정도(1000조분의 1㎝)이다. 그 속에서 알파입자는 빛의 속도에 가까운 10㎝/sec(초속 1조㎝)로 움직이고 있는 까닭에 초당 10번 원자핵의 벽에 부딪치게 되고, 100초만 지나면 (1분 40초) 핵 속의 알파 입자가 원자핵 밖으로 유령처럼 원자핵의 벽을 뚫지도 않고 나타난다. 이럴 때 우리들은 방사성동위원소에서 알파선이 나왔다고 하며, 이는 우리들이 병원에서 암 치료에도 쓰고 있는 현실이다. 이렇게 김변호사의 꿈은 미시의 세계에서는 현실인 것이고 또한 상식인 것이다. 미시의 세상에서는 ‘여기’와 ‘저기’에 같은 시각에 존재하는 것도 상식이다. 원자 속의 전자가 그렇고 사실상 모든 양자역학적인 입자 웨이클(Wacle)은 그렇게 ‘여기’와 ‘저기’에서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 상식인 것이다. (주: 10은10을 60번 곱한 10의 60제곱인 큰 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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