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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년 전의 유물이 발견될 때마다 까마득히 오래된 유물의 연대를 어떻게 측정해 내는 것일까. 기록이나 아무런 단서가 없는 경우에도 유물의 연대를 측정해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문화재를 대할 때마다 각각의 문화재가 간직한 세월의 깊이만큼이나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은 바로 이 연대측정의 비밀이었다.
문화 유적의 발굴에서 유적의 연대결정은 가장 기본적인 과제로, 출토된 자연 및 문화유물을 연구하는 데 밑바탕이 된다. 정확한 연대결정에서부터 역사의 추적도 시작되는 것이고, 문화의 서술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유물의 연대는 상대편년과 절대편년으로 말할 수 있다. 상대편년은 고고학 미술사 연구에서 자료의 연대결정 시 절대연대에 대응하여 쓰이는 용어로 학자 간 견해차로 연대결정의 어려움을 갖고 있다. 이에 연대결정에 있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절대연대 측정법이다. 현재 절대연대 측정법으로 가장 널리 활용되는 방법은 방사성탄소를 이용한 방법과 열발광 연대측정법이 있다.

방사성탄소 연대측정법(Radiocarbon Dating)은 1950년 시카고대학의 Libby 교수에 의해 시작된 후 세계적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는 절대연대 측정법으로 시료 속에 함유된 방사성탄소의 농도를 측정하고 방사성탄소의 반감기를 이용하여 연대를 계산하는 방법이다. 정확도와 정밀도가 우수하여 고고학에서 뿐만 아니라 지질학, 해양학, 환경학 등 여러 방면에 응용되고 있다.
그럼 이 방법에 사용되는 방사성탄소는 무엇이며 어떻게 생성되는 것일까?
지구상에는 우주선이라 부르는 고(高)에너지 방사선이 끊임없이 내리쪼이고 있는데, 그 우주선이 공기 중에 포함되어 있는 질소 원자핵에 충돌하여 탄소-14라는 방사성동위원소를 만든다. 이 때문에 공기 중의 탄산가스 속에는 얼마 안 되는 양이지만 방사성탄소가 언제나 포함되어 있는 셈이다. 이 탄소-14는 화학적으로 보통의 탄소와 똑같이 움직이기 때문에 살아있는 식물이 호흡작용에 의해 탄산가스를 내부에 받아들일 때, 이 탄소-14도 일정 비율로 세포 속으로 들어간다. 따라서 이 식물을 먹는 동물의 체내에 탄소-14가 일정 비율로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동식물이 죽으면 신진대사 역시 멎게 된다.
이 때문에 몸 속의 탄소-14는 이때부터 방사선을 내면서 파괴되어 그 양이 차츰 줄어드는데, 탄소-14의 반감기는 약 5천7백 년. 따라서 이 생물 속의 탄소-14의 양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조사함으로써 그 동식물이 죽고 나서 몇 년 정도 되었는지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탄소를 포함하고 있는 유기물(목재, 목탄, 뼈, 패각류 등)을 대상으로 한 연대측정에서 가장 널리 활용되며 이 방법을 통해서 약 5만 년 전까지 연대 측정이 가능하다.
탄소-14를 이용한 연대측정법이 유기물을 대상으로 한 연대측정법이라면, 토기나 기와 등 무기물을 대상으로 한 연대측정에는 열발광 연대측정법이 널리 이용된다.
열발광 연대측정법을 토기 시료에 처음으로 적용한 것은 1960년 캘리포니아대학의 Kennedy이며 그 이후 영국 옥스포드대학, 미국 펜실바니아대학, 덴마크 원자력연구소 등에서 열발광 연대측정법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1960년대 전반에 시작되었고 최근에는 고고학적 시료 뿐 아니라 지구과학 분야에도 많은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방법을 소개하는 정도로 극히 미약한 실정이었으나 최근 국립문화재연구소를 중심으로 토기, 기와 등 고고학적 시료에 대하여 열발광 연대측정법을 응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천연광물은 가열하면 미약한 빛을 방출한다. 한번 발광한 광물은 다시 가열해도 발광하지 않지만 인공적으로 방사선을 쪼인 다음 가열하면, 다시 발광한다. 이와 같은 현상을 열발광(Thermoluminescence : TL)이라고 하는데, 천연광물이 열발광 현상을 나타내는 것은 그 광물이 생성된 이래 자연방사선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점토에는 석영, 장석, 방해석 등 열발광을 나타내는 광물질들이 포함되어 있다.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 토기를 제작하기 위해 점토를 이용하였다면 그 속에 포함된 광물질은 당시까지 받아온 자연방사선량에 해당하는 열발광량을 모두 방출하게 되는데 이 시점은 시간상으로 영년에 해당한다. 그 후 토기가 폐기되고 장기간 매장되면서 다시 방사선을 받게 되는데 발굴되어 열발광량을 측정하는 시점까지 토기가 받아온 자연방사선량을 총방사선량 혹은 고고선량이라 한다. 이 열발광량은 토기 내부 및 매장된 토양 주변에 있는 방사성 불순물 즉, 우라늄(U), 토륨(Th), 칼륨(K)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에 장기간 조사된 결과이다. 이들 방사성동위원소는 장반감기 핵종이고 방사선 양이 일정하므로, 열발광량은 토기가 고대에 만들어진 이래 경과된 시간에 비례하게 된다.
따라서 고고선량은 토기가 소성된 이후 열발광량을 측정하기까지의 기간에 광물질이 받은 총방사선량이므로 토기가 연간 받은 방사선량인 연간선량을 측정하여 나눠주면 토기의 연대를 계산할 수 있다. 열발광 연대측정의 대상은 빛과 물의 영향을 받지 않은 묻혀져 있는 상태의 토기와 기와 그리고 토기와 기와시료가 매장되었던 장소에 반경 30㎝이내에 있는 토양 등이다.


문화재의 연대측정 이외에도 문화재 보존의 다양한 분야에서 방사선과 원자력이 이용되고 있다. 세월에 부식되고 흙이나 먼지에 뒤덮여 형체를 알 수 없는 문양이나 형태를 알아내는 데도 방사선이 이용되며, 레이저를 이용한 부식물의 제거나 적외선 촬영기를 응용한 벽화 및 고대문서의 조사에도 원자력이 이용되고 있다.
특히 적외선 촬영기는 대기 중에 노출되어 퇴색되거나 그 원형을 알아볼 수 없는 경우의 벽화 밑그림이나 목재유물에 쓰여진 명문을 알아보는 데 요긴하게 활용된다.
이런 모든 문화재 보존에 관련된 학문을 보존과학이라 부른다. 보존과학이란 현대의 과학지식과 기술을 응용하여 유물의 제작기술과 그 기법 등을 규명하는 학문으로, 귀중한 문화재의 원형을 영구 보존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보존과학의 대상이 아닌 문화재는 없다. 문화재가 간직한 세월과 역사는 그만큼의 부식과 훼손을 의미하기 때문에. 훼손의 속도를 늦추면서 영구 보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보존과학의 세심한 손길이 필요하다.
그러나 앞서 살펴보았듯이 그 보존과학이 제 역할을 수행하는 데는 원자력이라는 수단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문화재를 훼손하거나 변질시키지 않으면서 내부에 간직한 비밀을 알아내는 일. 그 최전방에는 원자력이 있다.

글 : 박선영 자유기고가 / 사진 : 최항영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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