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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발달은 인간의 주거생활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 원시시대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각종 건축자재들이 우리의 주거환경을 더욱 쾌적하게 만들어주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유리는 아주 특별한 의미 를 지닌 건축자재가 아닌가 싶다. 막힌 벽을 뚫지 않고도 보이게 해 주었으며, 시야를 막지 않고도 추
위를 막게 해 주었다. 또한 다양한 컬러와 두께로 인테리어의 혁명까지 가져왔으니 인간이 만든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라 해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그러나 그런 위대한 발명품을 있게 만든 이면에도 방사선이 숨어 있다. 투명한 유리의 어디에 방사선이 숨어 있는지 찾아보자.

어떤 물질에 방사선을 쏘면 그 물질은 제각각 지니고 있는 물성에 의해 방사선 에너지를 흡수한다. 따라서 물질을 통과한 후 빠져 나오는 방사선의 세기는 그만큼 약해지고, 바로 그 세기의 변화를 측정하면 물질의 두께나 밀도 등의 변화를 알 수 있다. 획일화된 규격의 공산품들은 대부분 이러한 성질을 이용해 두께와 밀도가 일정한 품질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측정 대상에 전혀 접촉하지 않고 두께를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뜨거운 철판이나 주물의 두께도 고정밀도로 측정할 수 있다.
외관의 두께뿐 아니라 실질적인 물질의 양을 측정할 수도 있어서 종이나 플라스틱 필름 등을 제조하는 공정에서도 베타선을 이용한 두께계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유리 제작에 있어서도 방사선을 이용한 두께 측정은 필수 공정 중의 하나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유리는 크게 판유리와 병유리, 그리고 TV브라운관에 사용되는 브라우닝 유리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일정한 두께와 밀도를 유지해야 하는 판유리 공정에서는 방사선 두께 측정계의 사용이 필수적이다.

두께 측정에 앞서서 유리의 주성분이 되는 각종 물질의 함량과 순도를 측정하는 데도 방사선 에너지는 중요하게 사용된다. 유리가 만들어지기 위해 필요한 원료는 주성분인 규사와 백운석, 석회석 등이 있으며, 이 각각의 물질들을 일정량 섞어서 녹인 후 편편한 판유리를 만든다.

이때 사용되는 X선 발생장치는 시료 상태에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분석할 수 있는 비파괴분석법으로 반복 측정과 단시간 측정이 가능하다는 특성을 지닌다. 즉 발생장치에서 발생하는 X선을 물질이 흡수하면 물질 속의 원자는 들뜬 이온으로 변하고, 이 들뜬 이온이 다시 바닥 상태로 돌아오면서 원자 고유의 형광 X-ray가 발생하는데 이때 발생한 X선을 측정함으로써 성분 분석이 가능하도록 한 것.

유리 원료를 어떤 비율 어떤 성분으로 혼합하는가는 제조사별로 특성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판유리가 비슷한 강도를 유지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X-RF 분석'이라 불리는 이 분석 원리에 입각해서 각 성분의 조성을 조율하고 일정하게 혼합하기 때문. 따라서 판유리의 품질을 결정하는 것은 강도가 아니라 유리의 컬러, 혹은 열 흡수나 방사 정도를 말하는 열적 특성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라는 제조사 판유리의 컬러와 열적 특성을 결정짓는 시료 중에 철분 함유량이 0.5%라 전제하자. 그러면 각각의 원료에서 나오는 철분 성분의 조성을 맞추어야만 하는데, 규사에서 0.4%, 백운석에서 0.05%, 기타 성분에서 0.05% 등의 철분 함유량을 맞추는 식이다. 이럴 때 각각의 원료 속에 철분이 얼마만큼 함유되어 있는가를 알 수 있게 하는 방법이 바로 X-RF 분석기에 의한 원료분석법이며, 이는 좋은 요리를 위해 좋은 재료를 고르는 것과 같이 재료의 상태를 점검하는 과정에 해당된다.

판유리를 만드는 두 번째 공정은 재료가 되는 원료를 분석한 후, 일정량의 재료들을 뜨거운 용광로 속에서 녹이는 과정이다. 이때 용광로 속의 상태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어야만 부족한 원료를 지속적으로 투입해 줄 수 있으며 나아가 양질의 판유리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이 단계의 공정은 선원(Source & Container)-검출기(Ion chamber & Scintillator)-변환기(Transmitter)-용광로(Bowl of Furnace)로 연결되어 있다.

첫 단계인 선원에서 조사된 방사선은 용광로의 벽으로 방사되어 녹아있는 유리 액면의 위, 아래를 통과하는데 이때 위로 통과하는 방사선은 기체 중을 통과하니 변화량이 없을 것이고, 액체 중을 통과하는 방사선은 녹아있는 유리물에 의해 흡수되므로 비율의 변화가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이 비율을 변환기에서 전기신호로 전환시켜 그만큼의 원료를 다시 투입시켜주는 방식이다.


결국 유리물 레벨 측정의 목적은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는 뜨거운 용광로 속의 상태를 방사선을 이용해 측정함으로써 용광로 내의 유리제조용 원료 투입량을 조절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렇게 해서 최적으로 유지된 용광로에서 최상의 판유리가 나오는 것이다.
용광로를 통과한 유리물은 서서히 식으면서 평평하게 늘리는 공정을 거치게 된다. 뜨거운 유리물 용액에서 투명하고 단단한 유리로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유리 성형로를 거쳐야 하는데, 이때 성형로에서는 판유리 두께가 결정된다. 이때 두께 측정기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판유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울퉁불퉁한 유리, 혹은 엿가락처럼 어느 부분은 얇고 어느 부분은 두꺼운 유리가 만들어질 지도 모를 일이다. 또 사용 목적에 따라 달라지는 판유리의 두께를 그때그때 변경하는 일도 불가능할 지 모른다. 조그만 유리 조각도 아니고, 거대한 판유리의 두께를 사람의 손과 눈으로 일일이 체크하는 일 자체도 불가능하지만, 잘못된 측정치를 다시 조절하는 일 역시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방사선이 있는 한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서서히 식으면서 형태를 갖춰 가는 판유리의 성형로 가운데에 설치된 두께 측정기가 그 역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판유리의 아래에서 방사되는 두께 측정기의 감마선이 판유리를 통과하면 위쪽의 검출기에서는 방사선(감마선)의 흡수량을 검출해낸다. 컨베이어 벨트처럼 연결되어 나오는 판유리가 마치 스캔 받듯 두께 측정기를 통과하고 이 과정에서 방사선흡수량을 일정하게 유지시켜 주기만 하면 두께 역시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


이렇게 해서 한 장의 튼튼하고 투명한 유리가 만들어진다. 좋은 재료와 최적의 레벨, 일정한 두께에 이르기까지 최상의 유리를 만드는 공정마다 원자력이라는 소금이 숨어 있음을 보았다.

투명하지만 강한 유리와, 투명해서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원자력의 존재. 두 닮은꼴이 없는 세상은 얼마나 답답할까.

글 : 박선영 자유기고가 / 사진 : 최항영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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