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원자력 홍보관 > 여기에도 원자력이

가끔씩, 아주 엉뚱한 의문을 갖게 된다. 우리가 입고 있는 화학섬유의 옷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이고, 과 자 포장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작은 비디오 테이프 속에 어떻게 긴 영화가 입력되고 재생되는 걸까. 무심코 지나가던 원리와 이치에 대한 궁금증을 갖기 시작하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과 씨름
하게 된다. 그러나 결론은 항상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이해할 수 있다는 것.
그 많은 원리를 일일이 알지 못해도 일상을 영위하는 데에는 아무 불편이 없지만, 이 순간에도 분명 세상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과학과 문명의 힘으로 유지되고 있다.

폴리에스터 합성섬유로 만든 옷을 입고 새우깡 스낵을 먹으며 비디오를 보는 당신은 이미 과학 문명의 수혜자이며 그 사소한 일상의 평화 속에는 원자력이라는 거대한 에너지가 함께 하고 있다.
폴리에스터 합성섬유, 식품과 의약품의 포장지, 비디오 테이프 속의 갈색 테이프, 전기 전자용 콘덴서 등은 모두 PET, 즉 폴리에틸렌이라고 불리는 석유의 부산물을 그 원료로 하고 있다. 석유에서 추출되는 PET를 원료로 실을 뽑아 직물로 만들면 화학섬유가 되는 것이고, 필름으로 만들면 다양한 공업용 폴리에틸렌 소재
가 되는 것이다.
필름을 생산해 내는 과정은 PET에서 폴리에틸렌 칩을 만드는 중합공정과 이 칩을 녹여 일정 폭의 틀(Die)에 올리고 시트(Sheet) 형태로 만든 후 가로 세로로 늘려 폴리에스터 필름을 만드는 제막 공정으로 나뉜다.
석유에서 추출한 PET를 압축하여 칩을 만들고 여기에 다양한 두께와 용도의 막을 만드는 두 과정을 거치면 비로소 우리가 알고 있는 얇고 투명한 필름 상태가 되는 것.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반투명 고체 상태의 폴리에틸렌 칩에서 필름을 뽑아내는 일은 마치, 밀가루 덩어리에서 칼국수 면발을 뽑아내는 것과 유사해 보였다. 정량의 폴리에틸렌 칩들을 넣고 여기에 열을 가해 얇게 늘린 후 원하는 크기대로 자르는 과정이 마치 밀가루 반죽을 밀어서 원하는 두께의 면발을 뽑아내는 것과 유사하니 말이다. 실제로 필름 제작 공정이 이루어지는 공장의 내부 역시 커다란 면발 제조기 같은 느낌을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과정의 어디에서 방사선이 사용되는 것일까.
방사선은 물질을 통과하게 되면 그 물질에 의해 에너지가 흡수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성질 때문에 물질을 통과한 후 빠져 나오는 방사선의 세기는 약해지게 된다. 따라서 물질을 빠져 나온 방사선의 세기의 변화를 측정하면, 그 물질의 두께나 밀도 변화를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이러한 성질을 이용해 두께나 밀도가 일정한 품질의 제품을 제조할 수도 있는데, 두께와 밀도가 균일한 필름을 생산해 내기 위해서는 바로 이런 방사선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이 원리를 적용하여 필름의 제작 과정 초기에 폴리에틸렌 칩이라는 물질에 동일한 양의 방사선을 통과시키면 균일한 두께와 밀도의 필름 제품이 만들어지게 된다.
만약 방사선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매끈하고 균일한 필름은 생산할 수 없으며 초극박 필름을 생산하는 일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필름 제작에 사용되는 방사성동위원소는 Sr(스트론튬), Kr(크립톤), Pm(프로메튬) 등 세 종류다. 방사성동위원소를 소스 저장 헤드에 넣은 후 이 원소들에서 나오는 베타선을 폴리에틸렌 칩에 쬐면 각각 다른 두께의 균일한 필름이 생산되는데, Sr은 300마이크론 이상의 두꺼운 산업용 후도(厚度) 필름에 사용되고, Kr은 14마이크론의 필름이나 12마이크론 가량의 포장용 중후도 필름에 사용된다. 또 Pm의 경우 4마이크론 이하의 얇은 콘덴서용 각막 필름을 생산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각각 다른 방사성동위원소에서 나온 베타선은 용도에 따라 다양한 두께만큼의 균일한 필름을 생산하는 데에 가장 기초적이고도 필수적인 요소. 이렇게 각각의 용도에 맞게 생산된 폴리에스터 필름은 다양한 분야에서 이용되고 있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스낵류나 의약품 등의 포장재, 그래픽 및 제도용, 산업용의 필름, 전기 전자용 콘덴서나 모터 절연용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자동차의 부품으로도 응용된다.
특히 완성된 필름 위에 일정한 데이타를 입력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비디오 테
이프 등을 생산해내는 공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중에서 취재를 위해 방문한 수원공장은 13개 생산라인이라는 세계 수준의 규모에서 각 라인별로 산업용, 전기용, 포장용 등의 제품들을 생산해 내고 있는 곳.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연간 1만 1천 톤의 필름을 생산해내고 있다.
그러나 폴리에스터 필름의 개발과 함께 시작된 SKC의 역사가 현재의 모습을 갖추기까지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했다. 1977년 SKC 자체 기술개발로 필름을 생산해 낸 일은, 기술 이전을 거부하던 선진 각국을 경악하게 하고 이로써 한국을 세계 다섯 번째의 폴리에스터 필름 생산국 대열에 합류시킨 역사적인 일이었다.
초기 폴리에스터 제품은 오디오, 비디오, 메모리용으로 한정되었지만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콘덴서용, 제도용, 포장용, 전기절연용 등 70여 종으로 그 영역을 넓혀 이제 고유 브랜드인 Skyrol로 전 세계 수요의 10%를 공급하고 있는 일류 업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한 1.3마이크로의 초극박 필름에서부터 300마이크로의 두꺼운 필름까지 다양한 두께의 필름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 및 다양한 필름의 각 라인에서 부여하는 코팅 기술, 공중합 기술, 다층공압출 기술 등을 개발하여 생산량뿐 아니라 기능에 있어서도 세계 일류 수준에 도달했다고. 1999년부터 본격 생산에 돌입한 미국 조지아주 SKC공장에서도 미국과 유럽시장을 타켓으로 3개 라인에서 연간 5천5백 톤의 필름을 생산해내고 있다.
수원시 장안구에 위치한 SKC공장은, 최근 몇 년 사이 우후죽순 늘어난 아파트들
로 인해 1978년 준공 당시에는 허허벌판이던 풍경이 현재는 주택가 한가운데 공장이 놓여있는 형세로 변하고 말았다.
인체나 환경에 전혀 영향이 없는 제품을 생산함에도 불구하고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민원이나 의혹에 대비해 공장 측에서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공장견학 이벤트 등을 통해 환경친화적인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대부분의 의심과 불신은 무지에서 시작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SKC 공장을 다녀간 주민들의 마음에서 공장시설에 대한 의심과 불신이 사라지듯이 원자력에 대한 작은 이해가 원자력에 대한 막연한 불신까지 없앨 수 있으면 좋겠다.


글 : 박선영 자유기고가 / 사진 : 최항영 사진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45-13 코오롱 포레스텔 1408호 | ☎ (02) 784-4060
Copyrightⓒ 2016 WII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