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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의문을 가지게 된다. 우리 눈에 보이지도 않는 아주 작은 미생물이나 세포 등에 대한 연구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라는. 현미경의 발견은 인간의 시야를 몇 천, 몇 만 배 확대시켜 놓았지만, 현미경을 통해서 조차 볼 수 없는 생명체 내부의 현상이나 이동, 원리 등의 탐구 방법은 여전히 의문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해답은 바로 원자력이라는 보이지 않는 에너지로부터 시작된다. 원자력을 바탕으로 하는 방사선과 방사성동위원소의 발견이 없었다면 인류의 시계는 여전히 중세에 머물러 있을지 모를 일이다. 생명공학이라는 학문은 걸음마조차 떼어놓지 못한 채.

독일의 물리학자 뢴트겐에 의해 X-선이 발견된 이후 의사나 생물학자들은 이를 이용해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신체 내부를 볼 수 있었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 미생물학은 획기적인 변환을 맞았다.
그러나 이 시기까지 여전히 방사선의 이용은 애초에 X-선 이외에 라듐 등 자연 상에 존재하는 방사성 물질을 이용하는 데 한정되어 있었다. 천연의 방사성 물질은 일반적으로 아주 작은 양만 존재하기 때문에 이것을 이용하는데는 아주 많은 비용이 들어, 방사선의 이용이 한정될 수밖에 없었던 것.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다음 비로소 원자력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원자로 속에서 여러 가지 인공 방사성물질을 값싸게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강력한 방사선을 발생시키는 가속기 또는 핵반응로를 활용하여 수많은 방사성동위원소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가속기란 고속의 전자나 전기를 띤 입자(이온)를 만들기 위한 장치로, 속도가 붙은 전자나 이온을 표적이 되는 물질에 쪼여 그 원자를 파괴한 후 원자의 구조를 조사하거나 방사성동위원소를 제조하는 등의 용도로 사용된다. 의학분야의 항암치료에서 환자의 신체에 방사선을 쬐어 암세포만을 추적하여 파괴시키는 장비도 일종의 가속기에 해당된다.
이처럼 다양한 기기의 발달로 연구에 필요한 만큼의 수많은 방사성동위원소를 손쉽고 경제적인 가격에 만들 수 있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생명공학 분야의 연
연구 또한 활기를 띄게 된 것이다.
생명과학, 특히 생화학 및 분자생물학의 연구에 사용되는 방사성동위원소는 주로 ‘트레이서(tracer)’로 이용되고 있다. 트레이서란 ‘추적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즉 어떤 물질 속에 방사성동위원소를 붙이고, 그 방사성동위원소로부터 나오는 방사선을 측정함으로써 그 조사 대상 물질의 움직임을 알아내는 데 쓰인다. 방사선의 세기를 측정하면, 방사성동위원소가 어디로, 어느 정도 이동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방사성동위원소의 이 같은 사용방법을 트레이서법이라고 하는데 이를 위해 필요한 방사성동위원소는 아주 미량으로도 가능하기 때문에 생체에 어떤 영향도 끼치지 않고 실험을 할 수 있다.
추적자를 이용한 트레이서법의 일종인 자기방사법은 동위원소에서 나오는 β입자나 X-선 또는 γ-선이 방사선의 세기에 비례해 감광하는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방사선의 양을 측정하는 데 요긴하게 사용된다. 즉 세포나 DNA를 표지한 다음 X-선 사진필름이나 건판을 사용해 자기방사법으로 분석하면, 추적하고자 하는 방사성물질의 분포, 이동, 대사를 세포화학 또는 조직화학적으로 조사할 수 있다.

조직절편 내에서 물질분포 검색이나, 미량 물질의 추적에도 이용할 수 있고 또한 전자 현미경과 함께 사용하면 DNA복제 패턴도 사진으로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방사성물질의 오염이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형광간접촬영법과 같이 변형된 방법이 사용되기도 하는데, 방출되는 방사선을 형광물질이 첨가된 상태에서 측정하거나 간접 자기방사법을 이용하는 등 방사성동위원소의 사용량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다각도에서 이뤄지고 있다.
생리, 생화학 분야에서 방사성동위원소의 활용 또한 활발하다.
15N으로 표지된 아미노산을 쥐에게 먹이고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15N이 어디에서 보이는가를 조사한 연구는 동위원소를 추적자로 사용한 선구적인 연구. 이후 다방면의 생화학적 연구에 본격적으로 이용되었으며 당 분해, 시트르산 회로, 요소 회로 등 여 대사경로를 밝히고, 대사에 따른 물질의 이동을 추적하는데 많이 사용되었다.
녹색식물은 생존을 위해 광합성 작용을 하고, 이 과정에서 클로로필이 어떤 역할을 하는가를 밝힌 연구 역시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 케이스. 칼빈은 이 연구를 통해 1961년 노벨화학상을 받기도 했으며 동위원소 추적자를 이용한 연구 중에서 가장 뛰어난 성과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방사성동위원소는 분자생물학의 연구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생체실험이나 실험관내 실험에서 DNA, RNA 및 단백질 분자에 동위원소를 사용함으로써 고분자 물질의 대사를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 본체가 DNA라는 것은 세균에 기생하는 바이러스인 살균소 증식에 유황-35라는 방사성동위원소를 사용한 실험을 통해 밝혀졌고, 또한 DNA의 복제구조를 해명한 것도 질소-15라는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 대장균 배양실험을 통해 가능했다.
특히 핵산에 방사성동위원소를 표지하는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DNA연구가 분
분자수준에서 용이해졌고 이어 생명과학의 연구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방사성동위원소의 발견은 생명공학 분야에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왔다. 생물체나 세포 내에 추적자로 사용되어 생화학 및 생리학적 기능 발견의 기틀을 마련했고 세포의 미세구조들의 기능에 대해서도 보다 세밀한 연구가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생명의 근원을 탐구하는 학문, 생명공학 분야에서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명제에 답을 해 줄 수 있는 가장 첫 번째 도구이자 가장 유용한 해결사인 방사성동위원소는 바로 원자력의 또 다른 이름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만들고, 미시적 생명현상을 밝혀주며, 나아가 전체론적 생명현상을 이해하는 방법으로서의 원자력. 보이지 않는 것의 위대함이 생명과 우주의 원리를 밝히는 첫걸음이 되고 있다.

글 : 박선영 자유기고가 / 사진 : 최항영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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