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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에게 “방사성폐기물”은 막연한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그런 의미에서 원전 현장에서 발생되는 방사성폐기물은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해보기로 했다. 여러 가지 방사성폐기물 중에서도 특히 ‘고체폐기물’에 대한 처리 과정을 울진 제2발전소 현장을 찾아 자세히 지켜보았다. - 편집자 주

# 방사선관리구역으로 들어가는 길
방사선관리구역에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 미리 방사선작업허가 신청을 하고 승인이 된 후 출입관리 전산시스템에 등록된 사람에 한하여 전산시스템에 TLD(열형광선량계- 개인의 방사선피폭량을 측정하는 기기)의 바코드를 입력시키고 허가서 번호를 입력한 후에야 출입이 허용된다.
출입 자격이 부적합한 사람은 절대 출입문이 개방되지 않을 정도로 그 절차가 굉장히 까다롭다. 출입이 허락되면 방사선관리구역에서 작업할 수 있는 작업복을 입어야 한다. 입고 있던 옷을 벗고 갈색의 작업복과 양말, 장갑, 모자, 신발까지 새로 입었다. 약간의 두려움이 일었다.

# 방사성폐기물처리건물에서
출입카드로 여러 개의 개폐문을 통과한 후에야 방사성폐기물을 모아서 처리하는 방사성폐기물처리건물(RWB; Radioactive Waste Building)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편의상 고체폐기물을 처리하는 작업동선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고체폐기물은 주로 기체 및 액체폐기물 처리계통에 사용했던 여과재, 이온교환수지, 폐액증발기의 농축찌꺼기, 그리고 방사선작업자들이 사용했던 작업복, 공구, 제염지 등 잡고체들로 구분된다.
RWB는 공통건물로서 울진 3,4호기 중간에 위치해 있다. 안으로 들어가니 긴 복도가 보인다. 복도 위에는 공기정화계통의 배관과 냉각수가 흐르는 배관이 천정을 따라 질서정연하게 설치되어 있었고 입구에 커다란 ‘방사성폐기물 수거통’이 눈에 띄였다. 바닥은 모두 노란색 페인트가 칠해져 있었다. 제염작업이 용이한 특수페인트란다. 여기 저기에 오염과 비오염이라는 글씨가 씌여진 작은 폐기물수거통이 놓여 있었다. 작업자가 일한 작업환경에 따라 오염과 비오염 유무를 판단해 분리해 담는다고 한다.
방사선관리구역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오염이 안 되었다 하여도 방사성 폐기물로 취급하여 처리하며, 오염 및 비오염을 구분하여 관리하는 이유는 방사성폐기물과 비방사성폐기물이 혼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폐기물수거통에 가까이 다가서지는 못하고 약간 비켜서는 자세로 어쩡정하게 서 있자 안내하는 문형태 (울진 2발전소 방사선관리부 방호2과)씨가 “표면만 약간 오염되어 있는 상태로 방사선이 나올 정도는 아니


랍니다.” 라고 안심시켜 준다. 미약하지만 방사능이 검출될 가능성이 있는 것을 오염폐기물로 구분한다는 얘기다.장갑과 양말은 1회용으로 쓰고 오염되지 않은 작업복과 신발은 세탁해서 다시 재사용한단다. 이렇게 모여진 폐기물들을 우선 1차로 분리한다. 플라스틱류, 면류, 유리류, 철제류 등으로 분리한다. 분리하는 작업공간 입구에는 끈적끈적한 발판이 놓여 있고, 그 밑으로 파란색 비닐 쉬트가 깔려 있다.
“끈끈한 발판은 스텝핑이라고 하는데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오염물질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고 파란색 쉬트도 제염작업이 용이하도록 깔은 것입니다”라면서 5년째 울진원전 방사선관리부 방사물관리과에서 근무하고 있는 백운국 씨가 설명을 해준다. 덧붙여 이곳의 기압은 외부보다 낮아서 이 건물 내부의 공기가 외부로 나가는 것을 방지한다고 말한다. 혹시라도 외부로 방사성물질이 누출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가지신 일반 독자들께서는 갖고 계신 두려움을 꽉 붙들어 매시는 것이 좋겠다.


# 방사성폐기물 드럼 생성실에서
드디어 방사성폐기물 드럼 생성실로 들어선다. 이렇게 모아진 폐기물을 드럼에 넣고 밀봉하는 작업을 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분들은 방사성폐기물 전문 업체인 현대원자력(주)이라는 한수원 협력업체 소속의 직원들이다. 4년째 이 현장에서 일한다는 현대원자력(주)의 정승만(32세) 씨는 “일반인들과 다른 일을 한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특별히 위험하다고 느낀 적도 없구요. 정해진 절차와 규정에 따라서 일하면 안전하니까요.”라면서 이내 작업에 몰두한다. 작업실에는 방사선감시기가 설치되어 있어서 주변 방사선량을 24시간 체크하게 되어 있다. 수치를 보니 외부 자연방사선량과 다름이 없다.
분리 수거되어 온 폐기물들 중 물기가 있는 것은 우선 방사성폐기물탈수기에 집어 넣고 물기를 쏙 뺀다. 드럼의 부식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탈수된 폐기물은 200ℓ 철제 드럼에 집어 넣고 30t의 무게로 압축시킨 후 뚜껑을 덮고 밀봉작업을 거친다. 하나의 방사성폐기물 드럼이 완성된 것이다. 드럼통에는 “U23-2003- B01-058”이라는 일련번호가 매겨졌다. 울진2발전소 3호기에서 발생된 잡고체로 58번째 드럼이라는 뜻이란다. 발생한 곳, 연도, 폐기물 종류, 몇 번째 드럼인지까지 세밀하게 적어 놓고 그 밑으로 생성일자(4/16)와 표면방사선량률(0.247mSv/hr), 1m 방사선량률(0.086mSv/hr)까지 적었다.


# 방사성폐기물드럼을 임시 저장고로 이동시켜
이렇게 완성된 드럼은 이제 원격조종으로 들어올려서 RWB 임시저장고(원전 부지 내의 저장고로 옮겨지기 전에 모아 놓는 곳)로 이동시키게 된다. 커다란 집게가 드럼을 꽉 집자 이내 윙!~~~~ 하는 굉음이 들린다. 무거운 드럼이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벽을 사이에 두고 옆에 위치한 임시저장고로 넘어간다. 임시저장고에는 폐기물의 종류에 따라 내려놓는 자리가 다 정해져 있었다. 정해진 좌표에 사뿐히 내려 놓는 것으로 오늘의 작업은 마무리 되었다. 이렇게 모아진 드럼은 한달에 한번씩 방사성폐기물 드럼 전용운반차량에 싣고 원전 부지 내의 저장고로 옮기게 된다. 현재 울진원전에는 1저장고와 2저장고가 있는데 1저장고는 이미 포화가 되었고, 2저장고는 약 60% 정도 차 있다고.
방사성폐기물 드럼 생성실을 나와 세탁실에 들렀다. 입구에 청정세탁실이라고 씌여 있다. 세탁기와 건조기도 오염 작업용품과 비오염 작업용품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세탁 전은 물론이고 세탁 후에도 ‘표면오염측정기’로 방사선을 철저히 측정한다. 청정세탁실 코너를 도니까 바로 오염물 낙하지역이 있다. 작업을 마친 종사자들이 신은 신발과 옷가지를 벗어 투입하면 자동으로 떨어지는 곳이다. 이곳에서 세탁물을 수거해 세탁하고 건조한 후 오염된 것은 위에 우리가 본 절차대로 폐기물로 처리하고, 깨끗한 것은 다시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 방사선관리구역을 빠져 나오는 길
작업공정을 다 둘러보고 난 후 나가는 절차도 꽤나 까다롭다. 방사선관리구역에서 작업한 사람들은 우선 작업복을 벗고 방사선관리구역 출구의 ‘전신오염감시기’를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감시기에 손을 대면 기계음이 “하나 둘 셋 넷 다섯” 숫자를 센 후 “깨끗합니다"라고 해야 통과가 된다. 오염 신호가 나올 경우는 출구가 자동으로 차단되고 경보가 발생한단다. 그럴 경우 오염을 제거하고 다시 전신오염감시기를 통과해야 한다. 약간 떨리는 마음으로 손을 댄 후 호흡을 가다듬는다. 건조한 기계음의 여성 목소리가 숫자를 센다. 이후 뒤로 돌라는 지시가 들렸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깨끗합니다.” 휴~~ 안심이다.
이렇게 몇 시간에 걸쳐 고체 방사성폐기물의 처리 과정을 지켜보았다. 처음에는 겁을 약간 먹었지만 작업공정을 모두 둘러보고 나니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더러워진 옷과 물건들을 깨끗하게 세탁하고, 못쓰는 물건들은 한데 모아 묶어서 버리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차와 규정에 따라 작업공정을 철저히 지키는 사람들, 그리고 작업구역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안전을 위한 설비와 기기들이 있어 일반 공장과 전혀 다를 것이 없다는 느낌도 강

하게 남았다. 처음에 겁먹은 것이 약간 창피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러한 작업을 거쳐 생성된 방사성폐기물 드럼을 모아서 처분하는 곳이 바로 우리가 지으려고 하는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인 것이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죽음의 재” 같은 것은 결코 나올 수가 없게끔 되어 있다. 또한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24시간 감시하고 있어서 방사선이 절대 새어나올 수 없도록 시스템이 완벽하게 구축되어 있다. 약간의 두려움에서 시작한 방사성폐기물 처리 과정의 견학은 이렇게 안도의 한숨으로 막을 내렸다.




출처 : 한국수력원자력 웹진 2003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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