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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미경 자유기고가 / 사진 : 이진우 사진가 [2003년 08월호 통권 21호]
바다에서 잘 자라다오
우리 조상들은 홀수가 두 번 겹치는 날은 생기가 넘치므로 좋은 날이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5가 두 번 겹치는 음력 5월 5일을 ?초닷새?라는 뜻의 단오라 이름하고 명절로 삼았는데, 마침 이 때가 파종이 끝나는 시기인지라 새로 시작한 농사가 잘 되기를 기원하는 날로 삼아 갖가지 축제와 행사를 벌였다.
단오 명절을 하루 앞둔 지난 6월 3일. 영광 지역 전체가 주민들의 화합과 풍년을 기원하는 ?법성포 단오제?의 열기로 달구어져 있던 그때, 영광원전 한편에서도 ?풍년을 기원하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바로 바다의 풍어를 기원하며 그동안 키운 양식어류를 인근 해역에 방류하는 행사를 펼친 것이다.

온배수양식장에서 성어가 된 치어들..

"단오날 옛 농가에서는 대추 풍년을 기원하기 위하여 대추나무 가지 사이에 돌을 끼워 넣는 습속이 있었는데, 이를 '대추나무 시집보내기'라 하였습니다. 뜻깊은 단오를 하루 앞두고 그동안 정성스럽게 키운 양식 어류를 시집보내는 마음, 기쁨과 아쉬움이 충만합니다."

제1발전소 강환성 소장의 치사로 시작된 이날의 행사를 통해, 영광원전 온배수 이용 양식장에서 3개월 동안 키운 넙치 2만 마리가 바다로 나갔다.

출근시간도 되기 전인 이른 아침, 평소에는 한산하던 영광원전 내 양식장이 많은 사람들로 북적댄다. 방류할 넙치들을 이동시키기 위한 준비가 한창인 것이다. 한 원형 수조 안에 약 1만 마리의 넙치들이 담겨 있다. 한 마리 당 크기는 약 15㎝. 처음 7~8㎝로 검지손가락 길이만 하던 치어들이 배 가량 몸피를 굵혔다.

수조 안에 담겨있는 넙치들을 뜰채로 떠서 투명한 비닐봉지와 바구니에 각각 옮겨 담는다. 비닐봉지 안에 들어간 넙치들은 1차로 영광원전 취수구 주변의 인근해역에서 방류될 것들이고, 바구니에 담겨진 것들은 물탱크가 장치된 활어차에 옮겨 실려 2차로 저 멀리 안면도와 송이도 주변 해역에 방류될 것들이다. 단시간의 이동인데도 산소탱크를 이용해 비닐봉지 안을 산소로 채우고 얼음까지 넣어 둔 것에서 원전 직원들의 세심한 마음씀이 엿보인다.

"수온을 낮춰서, 물고기들이 활동을 멈추게 해 신진대사율을 낮추는 겁니다. 혹시 이동 중에 물고기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죽기라도 하면 이런 행사가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까요."

영광원전 방재환경부 정균태 씨의 말이다. 행사를 진행하는 인원들의 대부분이 방재환경부 직원들인데, 오늘 하루는 사무실 책상을 벗어나 팔들을 걷어 부쳤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바지런히 움직이며 비닐봉지들을 트럭에 옮겨 싣는다.

드디어 비닐봉지들이 두 대의 트럭 뒤칸에 가득 실리고, 작은 생명들을 실은 트럭이 조심스레 배들이 기다리고 있는 선착장으로 향한다.

"발전소에서 배수되는 물이라 해서 온배수를 오염되거나 해로운 물로 여기는 분들이 계시는데요. 발전소의 온배수는 자연해수가 온도만 높아져 배수되는 것입니다. 해롭다면 그곳에서 어떻게 물고기처럼 연약하고 민감한 생물이 살겠습니까. 오히려 온배수는 이 넙치들이 생장하기에 이로운 환경을 제공합니다."

온배수는 오염물질 아닌 재활용 자원

냉각을 위하여 끌어올린 해수 즉, 냉각수는 복수기 전열관을 통과하면서 터빈을 돌리고 난 수증기를 냉각?응축시켜 다시 물로 바꾸어 준다. 이러한 과정에서 냉각수는 수온이 자연해수보다 약 7℃ 정도 상승되어 바다에 배출되는데, 이를 온배수라고 한다. 이처럼 인체에는 물론이고 환경에도 전혀 해로운 오염물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온배수에 대한 잘못된 인식들이 많은 형편. 온배수를 설명하는 윤명철 과장의 목소리에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93년에 양식장을 준공하고 온배수 어류양식을 시작한 것이 그 때문입니다. 온배수가 오염물질이 아니라 재활용이 가능한 열에너지 자원이라는 것을 어류양식을 통해 실증하는 것이지요. 또 개발된 온배수 이용 양식기술을 지역어민에게 보급하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발전소에서 발생되는 온배수를 자원으로 재활용하는 사례는 지역난방, 해수담수화, 온실난방, 수산생물양식 등이 있는데, 특히 어류양식이 가장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온이 적당히 상승할 경우, 성장이 좋아지고 산란시기가 빨라지며, 알이 부화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단축되는 등 성장과 성숙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영광원전에서 온배수 양식 어류를 방류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7년. 지금까지 총 6회에 걸쳐 약 720여만 마리의 어패류를 방류하였는데, 이번 제7회 방류의 기록까지 더해지면 그 양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몇 년 전에는 대하를 방류한 적이 있었는데요, 실제로 그 해의 어획량이 많이 늘었어요. 넙치만 하지말고 저희 같은 새우잡이 어선들을 생각해서 대하도 좀 해줬으면 좋겠네요."

넙치들을 바다로 실어가기 위해 자원봉사를 나온 영신호의 선장 김일환 씨가 검게 그을린 얼굴에 웃음을 함박 담고 이야기한다. 영신호 외에도 7~8톤급 연안유자망어선 네 척이 더 대기중이다. 계마 어촌계 소속의 이곳 어민들이 방류사업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다. "장래를 보고 하는 일인데다 실질적인 이득도 있다" 며 한 마디씩 거드는 어민들의 얼굴에 기쁜 빛이 가득하다.



트럭으로부터 배가 있는 선착장까지 긴 계단을 오르내리며 릴레이 형태로 비닐봉지를 옮기는 원전 직원들의 얼굴도 밝기는 마찬가지. 그냥 걸어 내려가기에도 가파른 계단을 어깨에 물과 고기들이 가득 담긴 비닐봉지를 들쳐 메고 내려가기가 쉽지 않을 텐데도 말이다.

60여 개가 넘는 비닐봉지가 모두 배들에 나뉘어 실리자, 이윽고 배가 출발한다. 약하게 깔린 해무가 바다와 하늘의 경계를 지워서, 원전으로부터 얼마 멀지 않은 해역인데도 딴 세상 같은 느낌이다.
망망대해에 뜬 다섯 척의 배들에서 물고기들이 방류되기 시작한다. 직원들이 삼삼오오 서서 비닐봉지의 묶임 부분을 풀어 바다로 향하게 한 후 물과 물고기를 한꺼번에 쏟아 내리는 것이다. 얼음물 속에서 몸을 굳히고 있던 넙치들은 바닷물에 놓인 순간에도 잠시 부동의 자세를 보인다. 그러더니 이내 잠에서라도 깨어난 것 모양 몸을 한번 푸르르 떨고는, 그 납작한 몸을 날개 삼아 물결을 따라 날 듯이 헤엄쳐 나아간다. 조금 헤엄치다 보면 벽이 가로막는 수조가 아니라, 그 깊이와 넓이를 헤아릴 길 없는 바다, 그 새로운 세상 속으로 말이다.

풍어를 기원하는 한결같은 마음들

"잘 가거라, 잡히지 말고…."
유일한 홍일점으로 배에 승선한 방재환경부 김인숙 씨가 자신이 떠나 보낸 물고기들을 향해 속삭인다. 어서 1kg, 2kg으로 더욱 성장하여 되잡히길 바라는 어민들에게 핀잔 맞을 소리지만, 물고기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어여쁜 말이다. 그래도 그녀의 속내 역시 자청해서 배를 몰고 도우러 온 어민들, 팔을 걷어 부치고 일손이 된 영광원전의 직원들, 온배수 양식과 방류를 기획하고 실행한 직원들, 초닷새에 풍년을 기원하던 사람들, 그들의 속내와 매한가지일 것이다. '풍어를 기원'하는 그 마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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