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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미경 자유기고가 / 사진 : 이진우 사진가 [2004년 04월 통권 17호]
'이 시대의 부레' 비닐하우스의 특작물
딸기, 잉어, 죽순…. 옛날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병든 어머니들은 대개 제 철 아닌 때에 무엇이 먹고 싶다 해서 왕상, 맹종과 같은 효자들을 탄생시켰다. 한 겨울에 봄철에만 나는 딸기나, 겨울이면 월동에 들어가는 잉어를, 초여름 빗발에야 쑥쑥 솟아오르는 죽순을 찾은 것이다. 그러면 효성이 지극한 아들들은 그야말로 산을 넘고 물을 건너 그것들을 찾아다녔고 지성이면 감천이라, 호랑이가 나타나 딸기가 열려 있는 눈밭을 알려 주기도 하고 강 얼음 사이로 잉어가 튀어 오르며 언 땅을 뚫고 죽순이 솟아올랐다.
그 옛 이야기대로 보자면, 오늘날은 참 효도하기 쉬운 시대다. 양식이 이루어져 아무 때고 잉어를 구할 수 있게 된지 오래요, 한 겨울에도 죽순이며 딸기를 슈퍼마켓 진열대에서 쉬이 접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처럼 농업혁명을 일으킴으로써 옛 고사나 전래동화를 무색케 하는데 한 몫 한 것이 바로 비닐하우스. 밖은 아직 봄이 들지 않았는데, 제 안에 벌써 더운 여름을 펼쳐두고 있는 비닐하우스들을 찾아 영광군 염산면 특작물 재배농가로 향했다.

사시사철 농한기 없는 비닐하우스 농업


이 지역에는 판유리처럼 투명하게 펼쳐진 염전 못지 않게 이곳 저곳에 나란히 병렬한 채, 햇살을 퉁겨내는 것들이 있다. 시인 함민복이 이 시대의 부레라고 표현한 반투명의 비닐하우스들이 곳곳에 둥싯둥싯 부푼 채, 제 안에 꽃과 과일, 채소 등 다양한 특작물들을 키워내고 있는 것이다. 기온이 높은 만큼 일조량도 많아서 저 먼 중부 이북지방에 비해 비닐하우스 재배가 적합한 영광군. 군내 하우스 농가의 총 면적만도 약 120헥타르에 달한다.
예전에는 파농사를 했는데, 수익성이 낮아서 몇 년을 해도 별 성과가 없었어요. 아이들은 커 가는데, 안되겠다 싶었지요. 그래서 시작한 게 비닐하우스 화훼농사예요. 우리 지역은 기온도 비닐하우스 농사에 알맞고 흙에 유기질 성분이 많은 데다 물도 좋거든요.
염산면 야월리 가성농원의 안주인 김숙자 씨의 말이다. 남편 강종요 씨와 함께 장미와 카네이션 등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 농사를 시작한 것이 8년째로 약 1400평의 비닐하우스에 카네이션을, 나머지 800평에 색이 선명하고 향이 좋은 진홍색 카지날과 연분홍색 사피아 품종 장미를 기르고 있다. 겨울철에도 작물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 비닐하우스의 장점이지만, 그만큼 연료비가 많이 든다는 말로 비닐하우스 재배의 어려움을 얘기한다. 대개 벙커시유를 연료로 한 온풍난방기로 온도를 유지하는데, 비닐막을 사이에 두고 한 겨울에도 작물 종류에 따라 높게는 25도 이상을 유지해야 하니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 비닐하우스 재배의 이점에도 불구하고 농가가 한정돼 있으며, 아무나 덤빌 수 없다는 말이 나온 것도 그 때문이다. 더구나 밖에는 찬바람이 몰아치고 눈이 내려도 비닐하우스 안은 여름 같아서 일반 논농사나 밭농사를 짓는 이들에게는 농한기인 겨울철은 물론이요 사계절 내내 쉴 틈이 없다. 가성농원의 경우, 2000평이 넘는 땅에 빼곡이 핀 꽃들의 겹순을 일일이 손으로 따내야 하는 등 잔일거리가 많아서, 부부의 힘만으로는 부족해 일손을 더 쓰기도 한다. 그래도 일이 많은 만큼 수익성이 높아, 그만큼 보람도 크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힘든 만큼 수익성 높은 특용작물

이제 곧 어버이날이 다가오잖아요. 그래서 4월, 5월 수요를 맞춰 카네이션 출하준비를 하고 있어요. 출하 때면 8톤이나 되는 커다란 트럭 가득 카네이션이 쌓여 나가거든요. 그것을 보는 동안은 고생한 것도 다 잊고 마음이 꽉 차오르지요.
지금까지는 토경재배 형태로 농사를 지어왔는데 올해는 시설 교환 비용이 들더라도 양액재배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라며, 앞날의 희망도 들려준다. 양액재배는 작물의 생육에 필요한 양분을 수용액으로 만들어 재배하는 방식. 많은 자본이 필요하고 작물에 대한 세심한 영양관리가 필요하지만, 흙을 사용하지 않는 무토양방식이라 비교적 자연환경의 영향을 훨씬 덜 받고 연작장해를 염려할 필요도 없다. 또 단기간에 많은 양의 작물을 수확할 수 있어서 비닐하우스 농가들의 일반적인 재배방식으로 널리 선택되는 추세다.

일찍부터 양액재배 방식으로 국화를 재배하고 있는 세원농장. 2500평 비닐하우스로 이루어진 세원농장 안에는 지금 대국이라는 품종의 흰 국화가 뿜어내는 향기가 가득하다. 그 중에 최상품으로 분류된 약 50%가 일본으로 수출되는데, 꽃이 너무 피어서도 안되고 봉오리 상태에서 이파리가 꽃을 감싼 것으로서 꽃대 길이는 약 85~90㎝, 휘어지거나 꺾여서도 안 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이지만 일단 2L Size최상급으로만 분류되면 송이 당 약 550원 가량의 높은 값을 받는다. 일본으로 수출되는 이들 국화는 일본의 명절 오봉절에 맞추어 7월 말 무렵이 가장 바쁜 성수기다. 그러나 시즌과 관계없이 장례용 수요가 꾸준하여, 수시로 여러 일손이 필요하다.
꽃이 참말 이쁘지라우 맨날 이쁜 꽃들만 본께, 우리는 이렇게 각시가 되야 부렀소.
멀리 불갑면에서 날인부로 온 유영자 씨. 손은 쉴새없이 국화 곁순들을 따내느라 부산하면서도 얼굴에는 웃음꽃이 벙긋해 나이를 가늠할 수가 없는 그이다. 농한기인 이맘때면 돈도 벌고 몸도 놀릴 겸, 동네 아녀자들과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비닐하우스 일손을 돕는다.
양액재배는 화훼류 외에도 오이,토마토,방울토마토,고추 등의 과채류, 상추,미나리,잎파,들깨 등의 엽채류의 재배에도 사용됨으로써 영광지역의 농가소득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양액재배로 키워지는 작물로서 영광지역의 대표적인 특작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 고추과의 채소류인 파프리카. 피망과 비슷한 모양새로, 다양한 음식의 재료로 사용하거나 말린 뒤 가루로 만들어져 향신료로 쓰인다. 매운맛보다 단맛이 강해 우리나라에서는 단고추라고 불리며 빨강, 노랑, 주황색으로 구분되는 색깔이 유난해서 착색단고추라는 이름도 지니고 있다.



영광의 대표적 특작물 '파프리카'

군남면 동간리 약 670여 평의 비닐하우스에서 양액재배 방식으로 파프리카 농사를 짓고 있는 안진석 씨의 비닐하우스 안에는 주먹만한 파프리카들이 널찍한 이파리들 틈새마다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이 파프리카들은 오늘 서너 시경에 출하되어 내일이면 일본 가정의 식탁 위에 오를 것이다.
황토 빛으로 대표되는 농도 전라도. 아직 봄이 닿지 않은 그 땅에서, 붉은 황토는 기운차게 푸른 마늘잎들을 곧추 세우는 중이다. 비닐하우스들은 알알이 여물은 토마토와 파프리카의 과육을 살찌우고, 먼 데까지 향을 날리도록 장미며 국화의 키를 힘차게 돋우는 중이다. 겉으로 봐서는 무표정하기만 한 비닐하우스들이, 결실의 풍요로움으로 잔뜩 부풀어올라 옛 이야기와 같은 신화의 공간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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