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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이었다. 미국 콜롬비아 대학에서 여름방학 동안 타운즈 교수 연구실에서 일하게 되었다. 신출내기 대학원 학생인 필자는 타운즈 교수 연구실에서는 퍽 쓸모없는 존재였다. 어려운 이론을 쓰는 계산도 못하고 그렇다고 해서 실험에 대한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 연구실의 일을 도와줄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그러나 장학금조로 고용한 연구조교(Research assistant) 이기에 쫓아낼 수도 없었다. 고심 끝에 배당된 나의 일은 그 실험실에 있던 메이저(MASER)라는 기기를 잘 닦고 새는 곳이 있으면 발견하여 땜질하는 것이 전부였다. 메이저는 레이저의 전신으로서 초단파를 이용하는 장치였다. 타운즈 교수는 이 장치를 써서 분자의 구조를 더 명확히 규명하는데 쓰려고 했다. 그는 메이저를 개발하여 분자의 구조를 더 명확히 했을 뿐만 아니라 강하고 걸맞은 전파를 만들어 내는 방법을 개발한 공로로 뒤에 노벨상을 받게 된다. 그의 메이저 원리를 좀 더 짧은 파장의 전파인 빛에 응용하여 레이저를 발명한 사람들도 역시 노벨상을 받게 된다.

그런데 요즈음 과학의 발달은 어찌나 빠른지 타운즈 교수가 처음 만든 그 메이저는 지금은 스미소니언 박물관(Smithsonian Institute)에 전시되고 있다. 필자는 그 메이저를 보면서 30여년 전 내가 땜질한 부분을 찾아보려고 했다. 기억이 희미해서 찾지는 못했지만 내 자신의 손때가 묻은 장치가 세계적인 박물관에 전시된 것을 보면서 야릇한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지금 레이저는 병원에서 의료기기로도 쓰이고 수술에도 이용되며 극장 및 단란주점에 이르기까지 응용이 되지 않는 곳이 없으며 가정에서도 콤팩트디스크로 음악을 듣는 데까지 이용되고 있다.

레이저는 역시 원자력을 얻는 데도 이용되고 있다. 수소 원자핵과 중수소핵소를 융합하여 에너지를 얻으려는 시도가 미국의 여러 연구소에서 시도되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활발한 곳은 뉴멕시코의 로스 아라모스 연구소와 캘리포니아에 있는 로렌스 리버모아 연구소를 들 수 있다.

그들은 수소와 중수소를 마이크로 풍선이라고 불리는 작은 풍선 속에 밀봉한다. 그 크기는 지극히 작아서 한 되병 속에 약 10억 개가 들어갈 정도로 작다. 강한 레이저 광선을 이 마이크로 풍선에 쏘면 그 속의 수소와 중수소를 뜨겁게 하여 핵과 핵이 서로 밀어내려는-원자핵은 모두가 플러스 전기를 띠고 있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밀어내어 같은 곳에 모여서 융합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는다-힘을 이기고 같이 결합하여 핵융합을 일으키려는 것이 레이저를 이용한 핵융합의 기본 아이디어다.

아이디어는 간단하지만 실제로 부딪치는 첫째 난관은 작은 풍선을 완전한 구(球)에 가깝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이상적인 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엄청난 에너지가 레이저에서 전달되면서 핵융합을 일으키기 전에 풍선 자체가 터져서 핵융합에 이용되는 에너지가 전달되지 못한다.

다른 기술적인 난점은 강한 레이저 광선을 얻는 것이다. 로렌스 리버모아 연구소인 경우에는 시바(shiva)라고 불리는 강력한 레이저 발전기를 쓰고 있다(시바는 힌두교 신의 이름임). 30조 와트인 광(물)에너지를 불과 10억분의 1초 사이에 마이크로 풍선에 쏟아 붓는 이 레이저는 아마 세계 최강의 레이저일 것이다.

시바의 경우 20개의 레이저광을 한 곳에 집중시키기 위한 초점 맞추기 작업이 그렇게 쉽지는 않다. 이를 위하여 아주 고르게 잘 깎은 거울로써 레이저광을 집중시키고 있다. 문제점은 레이저광을 집중시키고 작은 풍선에 10억분의 1초 간격으로 맞추려면 전자식 제어장치가 필요하다는 것. 그런데 워낙 민감한 신호를 보내기 때문에 전자신호를 보통 도선으로 보내면 이들이 서로 간섭을 일으켜서 신호의 정확도가 엉망이 된다. 이런 간섭현상을 막기 위하여 시바는 광케이블만 쓰고 있다.

그리고 얼마나 고르고 정확한 구형(球型)의 마이크로 풍선을 만들고 그것을 시험하는가도 큰 과제중의 하나이다. 현재로서는 열을 가장 잘 전도하는 구리로 마이크로 풍선을 만들고 있다.

이런 마이크로 풍선의 최종적인 테스트는 강한 진공을 이용한다. 구리 풍선이 고르지 않고 완전한 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진공에서 받는 압력이 불균형하게 작용하여 터지게 된다. 어쨌든 이런 기술을 축적하여 레이저를 이용한 핵융합은 소위 말하는 한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다시 말해서 입력하는 전력과 원자핵 융합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서로 맞비기는 점을 넘어서 출력이 조금 많은 점에 도달하고 있다.

그러나 토커막식 플라즈마를 이용한 방식이나 뮤온전자를 이용한 상온 핵융합 반응이나 모두가 아직 실용화 되기에는 요원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대덕연구단지의 기초과학연구소는 플라즈마 방식을 택하여 기초연구를 하고 있고, 원자력연구소 같은 곳에서는 레이저형 핵융합에 관한 실험도 하고 있으리라 믿어지지만 확인해 보지는 못했다. 어쨌든 석탄이나 석유로 발전하는 에너지 공급은 그 자원이 고갈되는 문제를 재치고도 너무 심한 공기오염 때문에 더 이상 계속해서는 안된다. 어떤 방식이든 하루 빨리 핵융합 방식의 발전을 실현하는 연구가 성공을 거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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