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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지켜야 될 약속이 있어서 지하철을 탔다. 거의 밀리다시피 들어선 차 안에는 승객들로 꽉 차 있었다. 가방을 든 학생, 어여쁜 아가씨, 중년 신사와 할아버지 등 정말로 다양한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문득 소립자의 세상은 어떻게 보일까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소립자란 양성자, 중성자, 전자 등 원자핵보다 더 작은 기본적인 미립자를 말하는 것인데, 이들 소립자의 세상은 전철 속의 사람들처럼 다양하고 각각 다른 모습을 한 것이 아니다. 그와는 정반대로 양성자는 모두가 똑같다. 마치 가마니 속에 들어 있는 콩알들이 똑같은 모양을 한 것처럼, 아니 그것보다도 더 구별이 안될 만큼 똑같은 모양들을 하고 있다.

질량(무게)이 1.6726485×10㎏인 것도 꼭 같고 다같이 1.6021892×10 쿨롱의 전기량을 띠고 있는 것도 같다. 모든 양성자는 1초 동안 10 회전을 하는 것도 한 치의 어긋남이 없이 똑같다. 모든 양성자는 더 늦거나 또 더 빨리 도는 것이 아니며, 모든 양성자는 구별이 되지 않는 똑같은 입자인 것이다.

이와 같이 구별이 되지 않는 똑같은 입자이기에 두 양성자를 서로 바꾸어도 바꾼 것을 알 수도 없고 알 길도 없다. 이런 경우에 물리학자들은 치환 대칭성이 있다는 말을 한다. 모든 소립자는 똑같은 까닭에 치환에 대해서 외형적으로는 변하지 않아야 한다. 따라서 치환이 어떤 것인지를 수학적으로 좀 더 연구해 보면 소립자의 세계에 대한 이해도가 더 높아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치환이란 두 개의 다른 대상을 서로 바꾸는 것인데, 예를 들어 A와 B를 한번 치환하면 B와 A가 된다. 그런데 한번 더 치환을 하면 B와 A는 다시 A와 B가 된다. 다시 말해서 치환을 두 번 하면 원상복귀가 되고 이는 치환을 두 번 거듭한 것, 즉 치환을 제곱한 것은 제곱하기 전과 같다는 것인데 이를 숫자와 비교해보면 이는 숫자 1에 맞먹는 것이다. 왜냐하면 1은 어떤 숫자에 곱해도 아무런 변화를 주지 않는다. 말 대신 숫자로 설명하면 8×1도 8이고 100×1도 100이요, 1000×1도 1000인 것처럼 1은 곱하건 곱하지 않건 차이가 없는 것이다.

치환을 두 번 하면 한 것과 안 한 것과 차이가 없다는 말과 맞먹는다. 수학자들은 이와 같은 경우에 치환의 제곱은 1로 표현된다는 말을 쓴다. 제곱해서 +1이 될 수 있는 숫자는 두 개가 있다. +1의 제곱도 +1이지만 -1의 제곱도 역시 +1이 된다. 요약해서 말하면 소립자들은 치환 대칭성이 있는 까닭에, 모든 소립자들을 치환에 대해서 +1이 되는 것과 -1이 되는 것으로 분류할 수 있고 앞의 것을 ‘페르미온’이라 하고 뒤의 것을 ‘보존’이라 부르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기본적인 소립자 가운데 우리들 주변의 물질을 이루고 있는 소립자의 주종인 양성자, 중성자 및 전자는 치환에 대하여 -1로 표현되는 페르미온이며 빛의 기본 알갱이인 광양자, 중력을 전달하는 중력양자 등은 +1로 표현되는 보존인 것이다.

보존의 개수는 변하면서 생겼다가 다시 없어질 수도 있지만 페르미온은 그 전체의 숫자가 일정하다. 보존으로 되어 있는 빛은 까만 색깔의 표면에 흡수되어 없어지면서 온도를 높여주고 있지만 페르미온으로 되어 있는 물질은 그 모양이 변하여 다른 물질이 되더라도 그 전체적인 양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얼음이 물로 되어 변하더라도 그 무게는 그대로 유지되듯이…. 옛날 사람들은 이를 ‘물질 불변의 법칙’이라고 했다.


그런데 요즈음 물리학자들은 제곱해서 +1이 되는 것 외에도 네제곱해야 +1이 되는 것에 해당하는 입자를 연구하고 있다. 자기 자신을 네 번 거듭 곱해야만 +1이 되는 숫자를 허수(수학에서는 이를 i로 표시하고 있다)라고 하는데, 이에 해당되는 성질을 가진 입자를 ‘에니온’이라고 하며 어떤 물리학자들은 에니온이 고온 초전도체의 원인이 되는 입자일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에니온은 아직은 이론물리학자들의 마음속에만 존재하는 입자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현실화되고 있다. 그것이 실체라는 간접적인 증거가 이곳저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1998년도 노벨물리학상은 분수양자 홀 효과 (Fractional Quantum Hall Effect)를 발견한 컬럼비아 대학의 스트레머 교수(Stremer)와 스탠포드 대학의 츄 교수(Chiu) 그리고 이 이상야릇한 현상을 이론적으로 설명한 라프린 교수(Laughlin)에게 돌아갔다.

분수양자 홀 효과란 자장에 의하여 생기는 전류의 흐름이 마치 전자의 1/3 전하를 가지는 입자에 의하여 생기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그렇지만 자유롭게 존재하는 소립자 가운데는 이런 소립자는 없고-쿼크인 경우는 1/3전하를 가지고 있으나 이는 양성자와 중성자 또는 원자핵 속에서만 존재하지, 자유롭게 존재하지는 못한다-다만 가능하다면 에니온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을 라프린 교수는 하고 있다.

라프린 교수의 설명이 맞다면 이는 세 제곱해야 1이 되는 그런 에니온이어야 한다. 노벨물리학상이란 여러 단계의 검증을 거쳐서 수여되는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상이기에 라프린 교수의 설명이 맞다고 보아야 하며 이는 에니온의 존재를 확인해준다고 보아야 한다.

서로 똑같이 닮았다는 단조로운 사실이 우리와 그 주위의 삶과 연결되어 있는 실체를 좌지우지하는 법칙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이 퍽 신기한 일이기도 하다. 수학이 만들어 놓은 헛된(?) 허수마저도 자연 속에서 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더욱 신기하기도 하다.

이런 새로운 사실들이 통상적인 에너지 창출을 넘어서 원자력처럼 에너지의 다른 형태와 관련이 있을까 하는 의문은 다음 이야기로 미루어 두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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