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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는 기본입자인 ‘쿼크’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원자보다 더 작은 원자핵을 이용하여 ‘원자력’을 얻듯이 핵보다도 더 작고 양성자보다도 그리고 중성자보다도 더 작은 쿼크를 이용하면 큰 에너지를 얻을 수 없을까? 그런 생각에서 기본 입자인 쿼크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이 쿼크의 초대칭 파트너의 뭉치인 쿼크 너겟(Quark Nugget)을 이용하여 깨끗하고 핵융합보다도 더 큰 에너지를 끄집어 낼 수 있는 가능한(또는 불가능한?) 미래의 에너지원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우선 원리적으로는 가능한 반입자를 이용한 에너지 창출방법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보도록 하자. 반입자(즉 반원자)로 된 반(反)물질을 가장 먼저 생각한 사람은 영국의 물리학자 아서 셔스터였다. 1898년 여름휴가 동안 <자연>이란 학술잡지에 그가 발표한 글 가운데 이런 말이 있다.

“이 세상에는 반물질이 있을 수 있다. 이 반물질을 이루고 있는 원자는 보통원자와는 반대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같은 반물질은 중력처럼 서로 잡아당기지만 보통물질과 반물질은 중력과는 반대로 서로 밀어내는 힘이 있을 것이다. 초기 우주에는 이러한 반물질이 있어서 우주를 형성하는데 이바지하였을 것이다. 아직도 우주 어느 곳에는 이런 반물질이 있을 수 있다. 이제 여름휴가도 끝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여름밤의 꿈도 끝내고 알찬 물리학 연구로 돌아가야겠다.”

그러나 이러한 그의 꿈은 30년이란 세월이 흐른 뒤 영국의 천재 물리학자 디랙(Dirac)에 의하여 현실로 부각되었다.

20세기 물리학의 두 가지 큰 일은 상대성이론과 양자론의 탄생이라 할 수 있다. 상대성이론은 시간과 3차원 공간을 합하여 4차원 시공간(視空間)으로 생각하는 것으로서, 에너지와 질량은 동등하다는 것이 아인슈타인에 의하여 제창된 것이다. 또 양자론은 입자들이 파동의 성질을 가진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두 가지를 합하여 전자에 적용한 디랙은 자기 이름이 붙은 디랙방정식이라고도 불리는 ‘마스터 방정식’을 유도했다. 이 방정식에 의하면 전자는 마이너스 에너지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 디랙(Dirac)]
마이너스 에너지는 방정식 E=mc²에 따라 곧 마이너스 질량의 존재를 뜻하며 이는 상식 밖의 일이므로 디랙과 그 동료 물리학자들은 어려운 길을 비켜가는 상투적 수단을 쓰려고 했다. 즉, 많은 경우 방정식의 해답이 물리학적으로 불합리하면 자연조건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붙여 그 해답을 채택하지 않고 버렸던 것이다.

디랙의 천재성은 이때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는 이 세상에서 말하는 진공이란 문자 그대로 아무 것도 없는 것이 아니라 마이너스 질량을 가진 전자로 꽉 차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플러스 질량의 전자가 마이너스 질량의 전자가 되는 것을 관측할 수 없는 것은 마이너스 질량 상태는 마이너스 질량의 전자로 꽉 차있어 더 뚫고 들어갈 틈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플러스 질량의 전자상태는 틈이 많이 비어 있으므로 충분한 에너지만 공급하면 마이너스 에너지에서 플러스 에너지 상태로 변할 수 있다. 마이너스 에너지가 비어있게 되면 마이너스와 마이너스는 플러스가 되고, 마이너스 전기를 가진 전자가 진공상태에서 하나 없어지므로 진공에 대해서는 역시 플러스가 된다.

말을 다시 정리해보면, 진공상태에서는 꽉 차있는 마이너스 질량의 전자가 하나 없어지면 플러스 질량과 플러스 전기를 가지는 입자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디랙은 이를 ‘양전자’라고 이름지었다. 반전자인 양전자는 디랙이 예언한 대로 곧 발견되었고, 지금에 와서는 모든 입자는 그 반입자가 있음이 밝혀졌다.

입자와 반입자가 만나면 어떻게 될까? 진공은 마이너스 전자가 빈틈없이 차있는 상태인데 강한 전파의 알갱이인 감마선 입자, 즉 에너지가 큰 광량자를 마이너스 전자를 향하여 쏘아 부딪치게 하면(실제로는 다른 원리 때문에 촉매역할을 하는 원자핵이 필요하다) 마이너스 에너지 전자가(광량자의 에너지가 2mc²보다 크면) 광량자의 에너지를 흡수하여 플러스 에너지의 보통 전자로 바꾸어 놓고 진공에 꽉 차있던 마이너스 에너지 전자가 튀어 나갔으므로 빈 자리, 즉 홀(hole)이 생긴다.

그런데 진공은 전기량이 없는 0인데 마이너스 에너지 전자의 자리가 비었으므로 상대적으로는 진공에 비하여 (-1)이 하나 없는, 즉 -(-1)=+1이 된다. 따라서 홀은 전기량 +1을 띠고 있게 된다.

다시 말해 에너지뭉치인 광량자가 흡수되고 +전기를 지닌 양전자와 마이너스 에너지를 지녔던 전자가 에너지를 얻어 보통 전자, 즉 플러스 에너지를 가진 전자가 된 것이다. 즉 에너지와 질량이 동등하다는 E=mc²에 의하여 광량자의 에너지는 없어지고 그 대신에 전자와 반전자인 양전자를 만들어낸 것이 되겠다.

이쯤 설명하면 현명한 독자들께서는 전자와 양전자가 만나면 어떻게 될 것인지를 간파할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설명한 현상의 역코스를 밟아 전자와 양전자가 만나면 소멸하여 없어지고 E=mc²만큼 에너지를 생성한다는 것은 더 구구한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핵융합 반응에서는 핵과 핵이 융합하여 그 질량의 일부를 에너지화 하는데 비하여 입자와 반입자가 만나면 그 질량 전부를 태우고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를 에너지화 하는 100% 효율을 가진 반응을 일으킨다. 더 나아가서 남는 핵폐기물이란 전연 없기에 말 그대로 이상적인 원자력이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세상에는 자연산 반입자는 없다. 반입자는 인공적으로 가속기라는 거대한 기계를 써서 만들어내고 있지만 그 생산원가는 턱없이 비싸고 대량생산도 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현실적인 대체에너지는 되지 못하고 있다.

원리가 있으면 그 언젠가는 실현되는 것이 세상의 순리라면 반물질을 이용한 원자력 에너지도 언젠가는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과학자들은 반전자뿐 아니라 반수소도 만들어 내고 있지만 그 대량생산은 아직도 요원하다. 아서 셔스터의 말처럼 여름밤의 꿈같은 이야기는 접어두고 쓸모있는 생각을 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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