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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3년 9월 어느날 레오 지랄드(Leo Szillard)는 런던 불룸스배리가의 신호등이 바뀌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신호등이 파란빛으로 변하면서 지랄드는 길을 건너는 순간 훗날 인류의 역사를 바꾸게 되는 영감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순간적이었지만 그 생각은 메아리처럼 그의 머리를 떠나지 않았고 9년 뒤 시카고 대학의 엔리코 페르미와 함께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원자로를 개발하여 원자핵 속 깊숙이 묻혀 있는 에너지를 끌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헝가리 태생 물리학자인 지랄드는 두 달 전 나치독일을 탈출하여 이곳 런던에 와 있었다. 러더퍼드 경에 의해 원자핵의 존재가 확인되었고, 1년 전인 1932년에는 케임브리지 대학의 채드윅이 중성자를 발견하여 원자핵의 정체가 한 겹 한 겹 그 본질을 드러내고 있었다.

같은 해 9월에는 콕크로프토와 월턴이 원자핵을 인공적으로 파괴할 수 있는 가속기를 만들어서 원자핵의 구조가 양성자와 중성자로 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수소원자핵은 양성자 하나로 되어있고 헬륨원자핵은 두 개의 양성자와 두 개의 중성자가 모여서 이루어져 있고 더 복잡한 원자핵은 더 많은 양성자와 중성자로서 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내게 되었던 것이다. 당시 로마대학에 있던 엔리코 페르미 교수가 개발한 중성자를 이용하여 새로운 방사성동위원소를 만들어내는 일은 당시의 시류를 타서 여러 곳에서 연구되고 있었다. 지랄드의 머리속을 스쳐간 생각이란 대충 이런 것이었다.

하나가 붕괴하여 두 개의 중성자를 내고 그 두 개의 중성자가 각각 핵분열을 일으켜서 네 개의 분열이 일어나고 여덟 개 그리고 열 여섯 개의 분열이 뒤따르면 금방 수천만의 핵분열이 연쇄반응적으로 일어난다는 생각이었다. 이렇게 많은 분열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이용할 수만 있다면 우리 인류가 필요한 막대한 에너지를 원자핵으로부터 끄집어낼 수 있다는 코페르니쿠스적인 발상이었다.

지랄드의 이러한 꿈이 실현될 수 있는 기회는 생각보다 일찍 다가왔다. 1938년 가을 독일의 카이제르 빌헬륨 연구소(Kaiser Wilhelm Institute)에서 일하는 오토 한(Otto Hahn)과 프릿즈 슈트라스만(Fritz Strassmann) 박사팀에서는 종전과는 판이한 핵분열현상을 발견했다는 소식이었다.

로마대학의 페르미 교수팀은 방사성동위원소들을 중성자로 폭격해보면 여러가지 다른 종류의 동위원소가 생기는 것을 알고 있었다. 새로 생긴 동위원소와 원래의 동위원소 사이에는 몇 개의 중성자수가 달랐었다. 그러나 ‘한’ 박사팀이 빨리 움직이는 중성자를 늦게 움직이게 하여 우라늄 동위원소와 부딪치게 하였더니 놀라운 일이 생긴 것을 알았다. 우라늄은 92개의 양성자를 가지고 있는데 새로 생겨난 원소는 바륨으로서 56개의 양성자를 가진 원소였다. 페르미 교수팀에서는 기껏해야 중성자수가 한 두 개 다른 동위원소를 만들어내는데 그쳤지만 오토 한 박사팀의 결과는 우라늄이 말 그대로 거의 반쪽으로 갈라진 것이었다.

소식을 전해들은 마이트너와 프리쉬교수는 우라늄 핵이 둘로 갈라진 핵반응이 일어났다고 생각했을 때 막대한 에너지가 방출되고 1킬로그램의 우라늄이 핵분열을 일으키면 20,000톤의 다이너마이트에 버금가는 폭발력을 가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페르미 ]
그런데 실제로 어떻게 핵분열이 일어나는 것인가? 왜 우라늄이 느린 중성자를 쬐면 핵분열이 일어나고 빠른 중성자를 쓰면 그렇지 못한지를 알아보도록 하자.

보통 핵들은 양성자와 중성자들이 모여서 럭비공이나 좀 짓눌린 축구공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그런데 우라늄처럼 양성자와 중성자의 숫자가 240개 정도가 되면 서로가 묶여 있는 것이 불안정해지기 시작한다. 마치 쇼핑백에 너무 많은 상품을 담으면 곧 터질 듯 불안한 상태가 되는 것처럼 자연계에 많이 있는 우라늄광은 92개의 양성자와 146개의 중성자를 지닌 핵으로 되어 있다. 양성자와 중성자의 합이 238이란 뜻으로 기호로는 U-238로 표시된다.

그런데 이런 상태의 우라늄 외에도 0.7%정도의 우라늄광은 우라늄 235, 즉 U-235로 되어있는데, 오토 한 박사팀에 의하여 발견된 핵분열은 이 우라늄 235에 의하여 일어나는 것이 확인되었다. 빠른 중성자가 우라늄 235에 부딪치면 튕겨나가면서 우라늄 235핵에 충돌에너지를 전달함으로써 핵 전체가 진동을 일으키다가 그 에너지가 식으면 원래상태로 돌아간다. 다시 말해서 빠른 중성자는 우라늄-235핵을 진동시키는데 그친다. 그런데 느린 중성자인 경우는 다르다. 느린 중성자는 우라늄-235 원자핵에 잡혀서 흡수된다. 중성자가 하나 더 많아진 상태의 우라늄 원자핵은 배탈이 난 동물처럼 못 견뎌서 꿈틀거리면서 격렬한 진통을 일으킨다. 그 진통이 너무나 심하여 원자핵은 둘로 갈라지면서 핵에너지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핵분열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소식을 들은 지랄드는 자기의 발상이 현실적으로 좀 더 가능해질 확률이 커진 것을 깨달았다.

1938년은 정말 격동기였다.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어 유럽 전체가 전쟁에 휩쓸려 들어가고 있었다. 중성자를 써서 원자핵의 구조를 규명하는데 큰 공을 세운 이탈리아의 페르미 교수 역시 독재자 뭇솔리니의 억압을 피하여 고국을 떠나서 미국으로 망명하기로 마음먹고 있었다.

기회는 의외로 빨리 찾아왔다. 그 해의 노벨물리학상은 페르미 교수에게 돌아갔고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노벨상 수상식에 참가한다는 구실로 그는 전 가족을 데리고 출국하여 그 해 12월에 노벨 수상식에 참여하고 곧바로 미국으로 떠나버렸다.

미국에 도착한 페르미는 컬럼비아 대학에 정착하여 연구를 계속하게 되고 이 소식을 전해들은 ‘지랄드’ 박사 역시 컬럼비아 대학에 합류하게 된다. 의기투합한 페르미와 지랄드는 원자로의 실현을 위하여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간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많은 난관이 닥쳐왔다. 어떤 것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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